경매 낙찰 아파트에 부동산 편지가 왔다 – 매도 의뢰 경험과 밀당하는 중개사 대처법
퇴근길 우편함에서 발견한 부동산 편지
퇴근길에 우편함을 열었다가 예상치 못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4월에 낙찰받은 지방 아파트 물건지 인근의 부동산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처음엔 피식 웃음이 났다. 판매 의향을 물어보는 내용임이 직관적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 정도로 열심히 하시는 분이구나’라는 인상도 들었다.
편지 내용과 나의 첫 반응
봉투를 뜯어보니 역시나, 내가 낙찰받은 아파트에 대해 매매 문의가 들어와서 의향이 있는지 연락을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속으로는 ‘매매 문의가 정말 있는 건지, 아니면 영업을 위한 명분인 건지 알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물건도 지방 중소 건설사가 부도를 낸 대량 경매 물건 중 하나다. 앞으로도 같은 단지에서 경매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입지 자체는 나쁘지 않고 단지 규모도 있어서 수요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임대 아파트 부도 물건 특성상 매매 거래는 극히 제한적이고, 시장에 나온다 해도 급매 저가 물건만 소화되는 구조다.
그래서 편지를 반쯤은 영업용으로 흘려봐도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편지를 보내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분이라면 한 번쯤 통화해볼 가치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전, 부동산 사장님을 미리 조사하다
다음날 짬을 내서 전화하기 전에 먼저 이 부동산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파악했다. 내가 낙찰받은 아파트 기준으로 위치, 거리, 그리고 현재 보유 중인 매물 구성을 확인했다.
알고 보니 같은 단지도 아니고 같은 동네도 아닌 곳에서 영업하고 있는 부동산이었다. 순간 의심이 슬쩍 들기도 했다. 그런데 네이버부동산 프로필 사진을 보니 단발머리의 밝게 웃는 인상 좋은 40대 후반 여성 사장님이었다. 적어도 악의는 없겠다는 느낌이 들어 전화기를 들었다.
첫 번째 시도, 통화 중이었다. 두 번째 시도, 역시 통화 중. 잠시 뒤 사장님 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부재중을 확인하고 바로 걸어주신 것이다. 이 작은 행동 하나가 이 분에 대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통화 내용과 나의 판단
사장님이 차분하게 현황을 들으시더니, 매도보다는 전세를 한 사이클 돌리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려주셨다. 나도 속으로 동의하는 판단이었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서 억지스러움이 없었다. 과장하거나 사탕발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실제 정보를 기반으로 조언하는 사람의 말투였다. 명도 협의가 진행 중이라 정리되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여러 정보를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읍내 부동산 사장님의 밀당 – 이런 중개사는 주의하라
이 통화를 마치고 나서 문득 지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읍내건을 맡긴 부동산 사장님 이야기다.
물건을 내놓은 지 3~4주쯤 지난 어느 주말 오후,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인이 보유한 34평 물건과 내 30평 물건을 함께 손님에게 보여드리러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감사하다고 말하며 전화를 마무리하려던 참에 사장님이 툭 던지듯 한마디를 하셨다.
“그거 금액이 1억까지 가능하다고 하셨죠??”
순간 멈칫했다.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잠시 당황하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답했다.
“아니요, 그 금액은 안 됩니다. 1억 5백만 원 이하로는 팔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통화를 종료했다.
밀당하는 중개사, 어떻게 대처할까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매도가를 낮추려는 시도는 중개사 입장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원칙을 잃으면 손해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 된다.
- 매도 하한선을 미리 명확히 정해두고, 절대 흔들리지 말 것
- 중개사의 말을 들을 때는 ‘누구의 이익을 위한 말인가’를 항상 먼저 생각할 것
- 초조함을 보이지 않을 것 – 갑의 위치를 잃는 순간 협상력도 잃는다
투자자로서 평정심 유지가 곧 전략이다
이 물건을 싸게 낙찰받은 덕에, 대출도 많이 끼지 않아서 여유가 있다. 초조하게 팔 이유가 없다. 1~2달 더 버티면서 기다리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읍내 부동산 사장님의 이 밀당이 내 오기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물건 내려버릴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 분이다. 그래도 아직은 더 지켜본다. 경쟁이 붙어있는 상황이니까.
경매 투자는 물건을 싸게 사는 것에서 절반이 결정되고, 나머지 절반은 매도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에서 결정된다. 좋은 중개사를 고르는 것도 기술이고, 나쁜 중개사의 전술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
